집배원 외길 12년… 하루 3,000통 배달

올해로 12년째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고있는 최광주(31)씨는 하루 16시간의 힘든 업무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지난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인력감축과 배달물량증가로 인해 평일은 물론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쉬는 날이 없다. 지금 최씨에게 유일한 소망은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해보는 것과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과 친구를 찾아보는 것이다.

최씨의 생활은 이렇다. 아침 7시 40분에 우체국에 출근해 등기우편과 빠른우편을 확인하고 분류한다. 8시 30분에 어김없이 산더미처럼 쌓인 우편물과 소포를 싣은 차량이 수원우편집중국에서 내려와 풀어놓고 간다. 최씨는 우선 빠른우편과 등기우편을 고르고 배달순서에 따라 구분한다.

우편배달을 위해 우체국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10시. 쉴 틈도 없이 우편을 배달하고 나면 어느새 오후 1시가 넘는다. 최씨는 "점심시간은 대중없다. 식당에서 사먹기도 하는데 혼자 앉아서 먹기가 멋쩍어 빵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휴가철에는 그래도 여유가 있어 점심시켜놓고 한바퀴 돌고 들어와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점심을 15분내로 간단히 마치고 남은 우편물을 배달한다. 최씨는 우편물중 등기우편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는 "수취인이 집에 있으면 간단하지만 주소를 잘못 썼거나 사람이 없으면 헛걸음이다. 다음날 오겠다고 안내문을 써놓아도 수취인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하면서 소포나 긴급우편물을 받아야되는 경우 집을 비울 때는 전화번호나 메모를 남겨줄 것을 부탁했다.

최씨가 하루 배달해야하는 우편물은 평균 3000통이 넘는다. 우편물을 모두 배달하고 우체국으로 들어오는 시간은 이르면 오후 6시30분, 늦으면 밤 8시경이다. 그나마 요즘은 휴가철이라 일찍 들어온다고 귀뜸했다.

집배원들이 제일 바쁜 시간은 배달을 끝내고 들어온 이후부터다. 최씨는 배달을 마치고 들어와 우선 당일 접수된 등기를 처리하고 다음날 배달해야하는 우편물을 우선 대구분(큰지역구로 나누는 작업)하고 또다시 소구분(주소지별로 나누는 작업)을 한다. 부지런히 하면 밤10시에 끝을 내지만 우편물이 많을 경우 11시를 넘기기 쉽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동안 최씨의 아내가 우편구분을 도와주어 조금 일찍 퇴근했는데 3주전 첫아이를 낳아 지금은 혼자 분류한다. "매일 12시쯤 집에 들어오자 보다못한 아내가 우편분류작업을 도와주었다"면서 "출산 예정일에도 우편물 분류작업을 돕다가 진통이 와 병원으로 바로가 아이를 낳았다"고 최씨는 말했다.

최씨는 집배원이 된 이후부터 지금껏 여름휴가한번 가지 못했다. 어쩌다 몸살 때문에 빠진다해도 대신 배달해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모두들 자기구역 배달하기도 벅찰 뿐 아니라 남는 인력이 없어서 이다. 오직 쉬는 날은 일요일뿐인데 그나마도 셋째주 일요일엔 전화요금 고지서 때문에 출근, 두달에 한번씩 일반 우체통 수집 당번을 제외하면 한달에 2∼3일 쉬는게 전부다.

최씨가 받는 급여는 시간외수당을 포함해 월평균 160만원이 조금 넘는다. 최씨는 정규직원에다 12년차 이기에 형편이 나은 편이다. "비정규직원은 똑같이 일을 하고도 급여는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신분 불안까지 겹쳐있다. 요즘 집배원 모집광고를 내도 하려는 사람이 없다. 설령 채용됐다하더라도 너무 힘들어 2개월을 못 버틴다"라고 인원수급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집배원들과 최씨가 바라는 것은 평일엔 늦어도 저녁 8시에는 퇴근, 휴일에는 사회의 일원과 가정의 가장으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최씨는 집배원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력증원과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길밖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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