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와 무급휴직자들의 잇단 사망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업 이후 쌍용차 사태가 다시 지역 시민들과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유명을 달리한 무급휴직자 임 아무개씨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임씨의 부인은 2009년 여름 임씨가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장기파업에 참가한 후 무급휴직자가 되어 오랜 기간 복직이 되지 않자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4월 살던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고 한다.

임씨의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던 임씨는 갑작스런 부인의 비보에도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를 힘겹게 키우면서도 복직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2월말 임씨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고 부인이 떠난 지 1년도 채 못돼 끝내 부인 곁으로 가게 되었다.

임씨의 입관식에 임씨의 아들이 ‘아빠 사랑해요’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새삼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주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쌍용차의 해고문제가 우리의 일상 삶과 생활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는지를 너무도 가슴 아프게 보여준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9년 봄의 쌍용차 대량 해고 상황 이후 벌써 14명의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및 그 가족들이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들의 사연 하나 하나가 모두 임씨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고와 장기실직에 따른 경제적 불안과 생활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와 이웃의 따가운 시선들이 결국 이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자식들을 두고 세상을 뜨게 만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죽음은 더 이상 개인들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인데 해결책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무급휴직자들의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생존의 기로에 선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 정확한 상황 인식일 것이다.

잘 알려졌듯이, 쌍용자동차의 희망퇴직자는 2026명, 정리해고자는 159명, 무급휴직자는 현재 46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급휴직자들은 당초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에 포함되었으나 77일간의 파업 이후 2009년 8월 7일 노사 대타협으로 무급휴직자로 정리된 노동자들이다. 당시 노사는 무급휴직자들에 대해 1년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무급휴직자들은 신분상 현재 쌍용자동차 직원으로 되어 있기에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곳에 취업할 수도 없고 실업수당 등 노동자 보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하루빨리 회사로 복귀하는 것인데, 회사는 1년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이들을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이들이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임씨의 죽음은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복귀시키지 않은 회사를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데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있다.

쌍용차는 지금 난파직전의 위기 상황을 딛고 겨우 법정 관리를 벗어나며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 매각되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먹튀 공방’같은 쌍용차 사태의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 등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회생의 첫걸음을 내걸었을 뿐인데 무급휴직자를 지금 모두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회사의 입장을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어렵게 무분규 선언을 하며 회사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쌍용차 내부의 노동자들에게 ‘너희들만 먹고 살자는 것이냐’며 이들을 비난만 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이들도 절실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들 역시 아픔을 함께 하며 회사 회생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쌍용차 무급휴직자 문제, 나아가 쌍용차 희망퇴직자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난 2009년 8월7일의 노사대타협의 정신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당시의 노사대타협은 노·사만의 대타협이 아니라, 쌍용차의 파국을 막으려는 노·사·민·정의 대타협이었다. 노동자와 회사 뿐 아니라 평택시민과 평택시장, 지역 출신 국회의원, 민주노동당을 위시한 여야 정당의 대타협의 산물이었다.

특히, 당시 평택시장을 비롯한 평택지역사회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평택사회는 이 대타협정신을 다시 살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 단체, 평택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평택시장이 나서야 한다.

회사와 쌍용차 내부 노동자들의 입장을 아우르면서 밖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고통과 염원도 함께 녹여내고, 조속히 무급휴직자들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평택시민들의 간절한 염원도 담아 회사와 안팎의 노동자, 지역사회, 지역정치권을 아우르는 대타협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장의 해결책이 어렵다면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도록 중재하고, 과도적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평택시 차원의 적극적 지원책도 밝혀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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