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 백남규 원장<사과나무 치과>

이번주 의학칼럼은 사과나무치과 백남규 원장의 도움말을 받아 싣습니다.

요즈음 학생구강검진을 하기 위해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초등학생들이 많습니다.
제가 치과의사가 되어 막 진료를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아이들의 구강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치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관리를 잘 해주시는 것을 보면 소아치과를 전공한 치과의사로서 참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하얗고 건강한 치아를 보는 것은 너무나도 보람되고 즐겁습니다.

곧 영구치가 나올 텐데 유치가 좀 썩어도 괜찮겠지?

하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보기도 합니다.
유치가 다 썩어서 뿌리만 남아 있거나 아직 영구치가 나올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유치가 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치가 저렇게 상할 동안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님들은 ‘유치니까 뭐 영구치가 나오고 나면 괜찮겠지’ 또는 ‘곧 영구치가 나올 텐데 유치가 좀 썩어도 괜찮겠지’ 하고 치료를 미룬 채 영구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는 아이가 태어나서 10대 중반이 되는 약 15년 정도 우리 아이의 입안에 머물다 빠지는 치아이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구치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구치의 기능이라면 음식을 씹는 저작기능, 발음기능 그리고 심미적 기능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는 이에 더해서 턱의 성장 발육을 유도하는 기능과 영구치가 나올 공간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즉, 유치는 유아기 아이들의 영양섭취와 성장발육에 큰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나중에 나올 영구치를 위한 자리 확보라는 또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중요한 치아입니다.

유치를 빼고 방치하는 경우 후속 영구치가 나오기 전에 뒤에 있는 치아가 앞으로 쓰러지면서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잠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나중에 나올 영구치는 자리가 좁아져서 바르게 나오지 못하고 비뚤어진 방향으로 나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서 두 치아 사이가 썩게 되면 치아가 썩은 만큼씩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뒤 치아가 쓰러지면서 후속 영구치가 나올 자리가 좁아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체발육 저해하고 발음 부정확해질 수도

그러니까 아이들의 유치가 건강하지 못하고 썩거나 일찍 빠져 버린다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서 신체발육과 뇌의 발육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발음이 부정확해 지고 무엇보다도 영구치가 나올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여 영구치의 치아배열이 고르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턱의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주걱턱이나 뻐드렁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듯이 유치가 건강하지 못한 아이가 영구치만 나오면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어 건강하고 아름다운 치아를 가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유치가 건강해야 후속 영구치도 건강하고 가지런히 배열됩니다.
건강한 치아를 갖기 위해서는 유치가 나오는 생후 6개월부터 식습관조절, 바른 방법으로 이 닦기, 치실사용하기, 정기검진, 충치 예방 및 치료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치는 영구치 이상으로 중요하고 귀중한 치아입니다. 부모님들이 그 중요성을 알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의 치아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아이의 평생에 걸쳐 건강한 치아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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