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서의 전통예절 재해석 - 77(호칭예절)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대인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최초의 만남이 부모님이다. 따라서 처음으로 말을 시작하면서 배우고 부르는 말이 엄마, 아빠이다. 부모님은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고 나를 먹여주고 길러주신 분이므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므로 부모님은 누구보다도 존경 받고 높임말로 일컬어져야 마땅하지만 내 부모님을 남에게 무턱대고 높여 부른다고 잘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를 높이는 것이 지나치면 예의에 맞지 않아 결례를 범할 때가 있다.

자기의 아버지를 말할 때

부모님을 일컫는 말은 부름말과 가리키는 말이 때에 따라 다르고 살아 계셨을 때와 돌아가셨을 때가 다르며, 자기의 부모와 남의 부모를 일컫는 말 역시 다른 경우가 많아 잘 익혀 두지 않으면 자칫 결례가 된다. 자기의 아버지를 남 앞에서 말할 때, 높임말을 사용하여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님’이라는 말은 본래 문어(文語)에서는 사용할 수 있지만 구어(口語,호칭)에서는 자기 혈족에게는 ‘님’자를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버님, 어머님, 형님, 누님처럼 ‘님’자를 너나 할 것 없이 쓰다 보니 오히려 ‘님’자를 붙이지 않으면 버릇없는 사람이 되는 세태가 되었다. 아버님은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자기 아버지를 아무 때나 아버님으로 지칭하여선 안 된다. 아버지를 남에게 말할 때는 말을 듣는 상대가 내가 높여야 할 사람이면 ‘저의 아버지’이고, 나와 같은 또래이거나 아랫사람이면 ‘나의 아버지’라고 해야 한다.

 부모님을 부를 때는 어려서는 아빠·엄마라고 불렀지만 학교에 입학해서는 아버지·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아버님’이란 말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지칭할 때, 편지나 글로 쓸 때, 시아버지를 부를 때, 남의 아버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요즘은 중년 이후에는 자신의 아버지를 부를 때 아버님을 허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한문식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로 ‘가친(家親), 엄친(嚴親), 엄부(嚴父)’ 등이 있으며,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로는 ‘자친(慈親), 모친(母親)’ 등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말할 때는 직접 부를 일은 없고,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이나 축문에 쓸 경우 ‘아버님’이라고 쓴다. 즉 ‘아버님 신위’라고 지방을 쓰고, 축문을 쓸 경우에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날이 다시 돌아오니...’라고 쓰면 된다. 한문식으로 쓸 경우에는 ‘현고(顯考)’라고 쓰는데 현(顯)은 ‘높다. 밝다. 나타내다’의 뜻이고 고(考)는 ‘돌아가신 아버지’라는 뜻이다. 남에게 말할 때는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라고 하며 한문식으로는 ‘선고(先考)’ 또는 ‘선친(先親), 선부(先父)’ 등이 있는데 모두 돌아가신 아버지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함자(銜字)를 말할 때

 먼저 자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함자를 말할 때는 ‘(저의) 아버지(가친)께서 ○자, ○자를 쓰십니다’라고 하거나 ‘가친께서 길할 길(吉)자 동녘 동(東)자를 쓰십니다’, ‘(저의) 아버지 함자가 ○자, ○자 또는 길할 길(吉)자 동녘 동(東)입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모의 함자를 말할 때는 ‘저의 아버지(가친)께서 ○자, ○자, ○자를 쓰십니다’ 또는 ‘저의 가친께서 쇠 김(金)자, 길할 길(吉)자, 동녘 동(東)자입니다’하면 된다.  앞에서는 상대방이 자기의 성을 알고 있으므로 아버지의 성씨를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성씨를 말해야 한다. 아버지보다 손위의 어른들에게는 ‘아버지가 ○자, ○자입니다(씁니다)’로 가리키면 된다. 조부모나 어머니, 처부모, 은사의 경우도 위와 같이 가리키면 된다.

 한문식의 호칭과 지칭은 위의 열거한 것 외에 선부(先父), 선인(先人), 황고(皇考), 가군(家君), 가모(家母), 아모(阿母) 등 많이 있지만 현대인들이 잘 알지 못하고 거의 쓰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가친, 엄친, 자친의 한자 숙어는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고 현대에도 쓰이고 있으므로 예스럽게 쓸 수 있도록 익혀두면 좋을 일이다.

박준서씨는
-성균관유도회 중앙위원
-국가공인 실천예절지도사
-(사)범국민 예의생활
 실천운동본부 강사
-평택문화원 예절교육 강사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