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진 편집주간

1.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14일과 15일 전국 48개 전통시장 및 인접 대형마트에서 설 차례용품 21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 조사해 보니,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13만8975원인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 16만6254원으로 전통시장이 2만7000원(16.4%)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어느 곳에서든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원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햇살드리배(15kg)는 지난주 2만5000원에서 1만 원 오른 3만5000원에, 서귀포 감귤(10kg)은 1만 원에서 1만2000원으로 20% 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채소매장에서는 고사리(북한산·1kg)가 5000원으로 지난주 4000원에서 1000원 올랐고, 도라지(중국산·1kg)도 5000원으로 판매돼 전주 가격인 3500원 보다 42%(1500원) 상승했다. 하나로마트에서는 황태포(러시아·70g)가 지난해 3750원에서 400원(10%) 올라 4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고사포(통북어·러시아)도 7390원에 판매된 지난해(6470원) 보다 920(14%)원 상승했다.

 

2. 우리의 옛 예법에는 차례란 말이 없고 ‘민속명절이면 명절음식을 올린다’고 했다. 명절의 제사를 차례라 말하게 된 유래는 옛 중국에서 조상을 가장 간략하게 받드는 보름의 망참(望參)에 차 한 잔만을 올리는 것을 ‘차례’라 말하게 되었고 따라서 우리가 조상을 간략하게 받드는 것이 명절의 예이기 때문에 ‘차례’라 하게 된 것이다. 차례는 명절음식을 올리는 예이므로 밥과 국 대신 명절음식인 설-떡국, 한식-화전, 추석-송편을 올린다.


제사 받는 이가 생시에 즐겼던 음식이라면 만두국도 냉면도 무방하며 바나나· 딸기· 아이스크림도 제상에 오를 수가 있다. 고인이 살았을 때 섬기던 그 방식으로 음식을 차려놓고 추모하고 회고한 연후에 그 음식으로 집안사람들이 화목하게 단란한 정을 나누는 것이 좋으므로 굳이 우리 고유의 과실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2009년 1월21일자 박준서의 전통예절 재해석에서 발췌>

 

3. 예전에 비해 요즘 차례상이 ‘번듯’해진 것은 후손들이 전에 비해 잘 먹게 됐으니 조상께 감사하고 또 이렇게 좋은 음식을 함께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박준서씨가 조언해 주었습니다. 가족의 형편에 맞게 화목하게 음식을 나누면서 조상께 드리면 되지 굳이 이런저런 품목을 다 채워 상을 차릴 까닭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설을 지내기 위해 장을 보는 게 우리 삶의 소중한 모습입니다. 중소기업청에서 내놓은 자료가 고맙긴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구체적이지 않아서 발품을 조금 팔았습니다. 표에서 보는 (가)는 평택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에서 조사한 가격이고 (나)는 지난해 문을 연 한 대형마트(마트 말고 다른 말 없을까요)에서 조사한 값입니다. 1일 오전과 오후에 나누어 다녔습니다. 상품 단위가 조금 다릅니다. 전통 시장 가격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차례상을 차리자면 중소기업청에서 매긴 14만 원이나 17만 원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선 배 하나, 사과 하나, 가래떡(15cm) 20개면 족하지만 어디 그렇게 살 수 있나요? 가족이 모이고 손님도 올 터이니 몇 배로 준비하는 수밖에요.
전통시장이 마트보다 매우 싼 품목도 있고 조금 싼 품목도 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최재원 시민기자가 기사를 쓴 대로 전통시장은 불편합니다. 추운 날씨에 카트도 없이 물건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주차장까지 걸어가려면 짜증도 납니다. 어린 아이 데리고 가면 더 없이 힘들지요.


그렇지만 전통시장엔 마트에는 없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물건 값이 싸다는 장점 말고도요. ‘그 무엇’은 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통털어서 정(情)이랄 수도 있고 흥이랄 수도 있겠지요. 사람이 많이 가면 ‘그 무엇’의 총량이 커집니다. 마트에선 사람이 많으면 짜증나지만 시장에선 사람 그 자체가 볼거리가 됩니다.
내가 구경꾼이자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지요. 상인들도 신명나서 더 크게 외칠 겁니다.
남편 분들, 아들과 딸들, 절대로 주부 혼자서 전통시장에 보내지 마십시오. 함께 가서 짐도 들어주고 흥정도 같이 하고 노점에서 붕어빵이나 호떡 사달라고 조르십시오. 혼자 사는 여성은 주위의 친구 분들과 동아리 지어 시장을 휘젓고 다니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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