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진 편집주간

1. 미국 애플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은 지난해 11월28일 우리나라에 출시 이후 2개월도 안된 시점에 판매량 25만대를 돌파했다. 아이폰은 전 세계적으로 900만대 가까이 팔려 곧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옴니아2’도 우리나라에서 판매 세달 만에 누적판매량 30만대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옴니아 말고도 미국 구글사의 안드로이드폰, 노키아사의 익스프레스뮤직 5800, 림사의 블랙베리 볼드 등 수십 종을 헤아리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름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가 지난해 12월17일 개봉한 뒤 40일도 되기 전인 지난 주말 전국 누적 관객 수로 1000만을 넘었다. ‘아바타’는 평일 하루 평균 15만 여명, 주말 평균 25만 여 명을 동원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는 남녀 불문, 연령 불문, 계층 불문하고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모든 미디어가 ‘아바타’ 현상을 다루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검색어를 치면 달려 나오는 글이 끝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관객 수로 영화 흥행을 표시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입장 수입으로 평가한다. 아바타는 세계 영화시장에서 최단 기간에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지금까지의 흥행 최고 기록은 1997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인데 아바타는 이 아성을 거뜬히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아이콘(icon)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나 휴대폰의 액정 화면에서 적용 기능이나 파일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마우스나 손가락으로 선택해 이용할 때 쓰이는 그림문자라는 의미다.
또 하나는 역시 우리말로 바꿔쓰기 쉽지 않은 뜻인데, 영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어느 한 영화의 차원을 넘어 유사한 속성이 많은 영화에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미지를 가리킨다. 서부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쓴 모자나 타고 다니는 말, 권총 또는 담배가 일상적으로 등장하는데 모자, 말, 권총, 담배 등이 서부영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뿐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배우)이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액션 영화, 줄리아 로버츠는 로맨틱 코미디, 짐 캐리는 코미디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진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아이콘 개념은 지금 다양한 의미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의 벽을 넘어 한 시대 또는 계층 그리고 사회·문화 현상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이미지를 뜻한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구시대에 속하므로 시대에 맞는 적절한 비유를 들 수는 없으나, 유재석씨나 강호동씨가 예능프로그램의 아이콘일 수 있고, 이효리씨는 섹시 아이콘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3. 2010년으로 해가 바뀔 무렵 ‘아이콘’처럼 낯선 영어 말들이 우리에게 들려왔습니다.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 말들은 이제 낯선 말이 아닙니다. 어딜 가든 이 이야기들입니다. 처음엔 젊은이들끼리 주고받는 그들만의 대화소재인가 싶었는데 어른들도 끼어들고 어르신들도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습니다.
이 말들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아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으면 왠지 세상사에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 스마트폰의 기능이나 영화 아바타의 내용, 그래픽 기술을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과 아바타가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맞는 지구촌에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는 점이고 그 빠르기가 빛의 속도라는 점이고 그 넓기가 모든 세대와 국가를 아우른다는 점입니다.


영화 아바타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은 대화가 잘 안된다고 합니다. 이젠 아바타처럼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세계는 물론 한국시장에서도 영화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영화 역사를 놓고 보면 아바타 이전 영화와 아바타 이후 영화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이 처음 소개될 때 그 파급력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설사 인터넷을 전혀 쓰지 않는 사람조차도 먹고 입고 자고 즐기는 모든 행위에 인터넷이 개입합니다.


아직 추세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올 상반기에 한국 사람을 나누는 하나의 잣대가 적용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스마트폰의 기능을 제대로 쓰건 말건 마찬가지입니다.
특정한 문화 사회 현상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때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가 있을 뿐이고 중간 자리는 별로 없습니다. 아니면 아예 아이콘에 대해 모르거나일 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참 세상 살기가 고달파집니다. 어떤 아이콘이 우리나라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우리 모두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이콘이란 말이 영어이듯이 21세기의 아이콘은 죄다 바다 건너 온 것들입니다.
스마트폰의 기능성과 디자인에 혹하고 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감탄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까닭입니다.

 

4. 2010년의 특별한 행사를 앞두고 꼭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는 아이콘이 있습니다. 지역을 위해 성심성의껏 일하는, 주민의 대표를 상징하는 그 무엇 또는 어떤 사람입니다. 지역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주민의 정서와 이익을 이해하고, 주민과 소통하면서도 특정 집단의 이해에 따라 소신을 바꾸지 않고, 지역경제를 살릴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는 그런 사람, 그런 아이콘 말입니다. 헛된 꿈일까요?
아이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한 시대를 설명하고 상징할 뿐이지요.
지방선거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후보자가 있다면 이 어두운 세상을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평택에서 나온다면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구요.

 

이번 주말에는 아바타를 꼭 보려고 합니다. 2D나 3D가 아닌 4D 영화관에서요. 스마트폰은 5월이나 6월에 가서 어느 제품이 대세인지, 어느 제품에 그나마 적응할 수 있는지 정보가 더 쌓인 다음에 구입해 볼까 합니다. 2D니 3D니 4D니 하는 말도 스마트폰 만큼은 아니어도 이 시대 아이콘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 어려운 세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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