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차 성 진 편집주간

1혼자나 둘이 산에 오를 땐 여벌옷이나 손전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단체로 겨울산을 오를 땐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다. 첫째는 안전하게, 둘째는 모두가 안전하게, 셋째는 그러면서도 즐겁게다. 참여자 모두가 안전하게(해가 떨어지기 전) 하산하려면 대열의 순서가 중요하다. 산행 시간이 길수록 대열의 순서가 중요하고 또 지켜지지 않으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 순서를 정하는 모양이 산악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① 걷는 속도가 느린 사람을 앞쪽에 세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을 두세 명 함께 끼워 넣어 길을 잃지 않게 하고 속도를 조절하게 한다. ② 올라갈 때 지친 사람이 있으면 휴식할 때 이 사람도 앞쪽에 가도록 한다. ③ 앞 사람은 가끔 뒤를 돌아보고(특히 갈림길에서) 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기다려준다. ④ 대열 맨 뒤에는 체력 좋고 경험많은 사람을 배치해 낙오되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 ⑤ 리더의 허락없이 대열을 빠져 앞으로 나가거나 뒤로 처지지 않게 한다. ⑥ 정상과 휴식지점에서는 꼭 인원파악을 한다.
이렇게 산행 순서를 고집하다보면 스스로 산행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잦아지면 산행이 재미없어진다.  


⑦ 경험도 충분하고 어느 정도 자제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대열에 관계없이 산을 오르게 한다. 대신 공동의 짐을 지게하고 미리 식사 장소에 가서 준비를 하게 한다. ⑧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렵기는 하지만 굳이 대열 순서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도 경험 많은 사람들이 대열의 뒤쪽에 서야 한다. ⑨ 뒤쪽에 선 리더는 전체 참가자들의 걷는 상태를 살펴 알맞은 때에 바른 결정을 한다.

 

2이쯤 되면 산행(특히 겨울산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반대로 대열 순서를 잘 정리해 주는 리더를 만나면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산을 올라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음도 기대하게 됩니다. 단체로(특히 초보자가 포함된) 겨울산을 오를 땐 한두 명 때문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모두 하산을 완료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개인이 팀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해야 하지만 팀도 개인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합니다. 개인끼리의 배려도 산행에 어려움을 덜어주고 오히려 힘을 북돋게 합니다. 앞 사람이 지나가면서 휘어졌다가 다시 펴지는 나뭇가지에 얼굴을 맞아본 사람은 그 아픔을 압니다. 앞 사람이 나뭇가지를 잡아주어 뒤 사람에게 건네주면 그 고마운 마음 때문에 산을 오르는  고통이 훨씬 줄어듭니다.


2009년 한 해를 살아온 우리네 모양을 겨울산 오르기에 바로 비유하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의 말처럼 ‘오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우리 지도자들이 겨울산 오르는 대열의 원리를 이해하고 지키도록 애쓰고, 아니면 지키도록 애쓰는 시늉이라도 해주면 경제와 사회, 문화 그리고 이를 모두 아우르는 정치가 지금처럼 탁하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걸 강조하다 보니, 함께 산에 오르는 사람끼리 배울 수 있는 배려와 협조(특히 약한 사람들에게)를 깨우치기는 부족한 듯 합니다. 그래서 산타기 즐기시는 분들은 꼭 자녀나 조카, 손주들을 데리고 가셨으면 합니다.

 

3‘평민회’는 <평택시민신문> 독자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열린 ‘단체 산행’ 모임입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산행을 합니다. 1월엔 23일 충북 단양군에 있는 제비봉으로 갑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재미도 있지만 산행 대장님이 대열을 어떻게 정리해 주시는지 살펴보고 참석자들이 어떻게 협조하고 배려하는지 보는 ‘인문학적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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