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부·평택시민 한마음으로 새로운 도전 나서자

쌍용자동차 노사가 노동자들의 파업 76일 만에 극적으로 대타협을 이룸으로써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그러나 아직 법정관리의 어려운 절차들이 남아 있고 쌍용차의 회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많다. 실제 투자 실패와 장기파업 등으로 쌍용차의 경쟁력은 급격히 저하되어 앞날에 여러 난관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당장 법정 관리를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극심한 갈등 속에서 일단 파국을 피하고 대타협을 이룬 쌍용차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필자는 비록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노사 쌍방 모두 대타협의 취지와 정신을 살려 나간다면 쌍용차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으며, 평택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지역기업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모든 예측과 전망은 기계적으로, 산술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행위 주체의 의지와 노력이다. 쌍용차의 예를 든다면, 회사의 양 기둥인 노사가 힘을 합하고 평택 지역사회와 채권단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면, 쌍용차는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르며 이룩한 노사 대타협의 합의 정신을 살려 상생의 기운을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행위 주체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와 채권단 및 정치권은 노사 대타협의 정신을 존중해 쌍용차의 구조조정 자금과 신차 개발 자금 지원 등 쌍용차 회생에 최대한 지원을 아까지 않아야 한다. 노사 간의 뒤 늦은 대타협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번 파업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한쪽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정부는 일관되게 노사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은 노사 합의를 존중해 쌍용차 회생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경찰은 구속자를 최소화해 합의 정신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중앙정부는 평택이 갖는 특수성을 보다 진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언급하고 싶다. 3년 전 미군기지 이전 갈등으로 평택지역은 전쟁터가 된 적이 있었다. 이번 쌍용차 파업으로 한 달 내내 시내 한복판 상공을 저공비행하는 경찰 헬리콥터 소리에 평택시민들은 3년 전의 악몽을 다시 생각했다. 평택시민들은 미군기지 이전 갈등과 고덕신도시 개발 지연, 쌍용차사태 등으로 지금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정부는 상처받은 평택시민의 마음을 정말 제대로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아울러 평택시장과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노사 중재단 활동을 열심히 수행했듯이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하고 노사가 합의 정신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또한 노사 쌍방은 회사 회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서로 힘을 합해나가야 한다. 쌍용차는 위기의 시기에는 서로 하나로 뭉치는 긍정적인 독특한 노사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번 갈등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쌍용차는 분명 더 강력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생하는 노사관계를 평택시민들이 기대하고 있음을 노사 쌍방 모두 꼭 명심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 현 시점에서 더 염려되는 부분은 노사 간의 갈등 문제 보다는 오랜 파업으로 인해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크다는 점이다. 한 솥밥을 먹던 어제의 동료들이 서로 대치하고 싸우며 겪었던 심적 고통과 갈등은 모두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이 상처가 하루아침에 치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파업 이후에도 서로 대립하고 갈등해서는 안 된다.

파업노동자들이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노동자들 모두 방법은 달랐지만 회사를 살리자는 생각에는 한 마음 한 뜻이었다. 무엇보다 같은 노동자이고 동료이자 지역사회의 선후배들이다.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주며 작은 허물은 덮어주고 용서해주는 넉넉함과 포근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진정한 대타협은 서로에 대한 포용과 이해, 인정을 필요로 한다.

끝으로 쌍용자동차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평택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평택시민들이야말로 이번 파업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두 달이 넘는 파업을 겪으며 파업에 대한 서로의 의견으로 갑론을박하며 갈라지고, 경찰 헬기의 소음으로 불안해하며 밤잠도 설쳤다. 무엇보다 지역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쌍용차 이야기만 나오면 무언가 야속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뒤늦은 파업 타결 소식에도 기쁨 보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많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이번 장기 파업사태로 쌍용차는 정말 평택의 가장 큰 기업이며, 쌍용차에 문제가 생기면 평택사회가 매우 불안정하게 된다는 것을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쌍용자동차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평택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평택시민은 자발적으로 쌍용차 사랑운동 본부를 만들었고, 17만 명의 시민이 서명해 노사 타협을 요구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쌍용차 노사가 평택시민에게 호응해 왔다. 이제 평택시민이 파업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와 회사 관계자들을 포용하며 쌍용차의 회생을 위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해 줄 때라고 본다.

쌍용차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을 겪으며 평택시민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쌍용차를 앞으로 지역의 기업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쌍용자동차가 평택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보자.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