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쌍용자동차의 노사가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 일보직전이다.

회사 측은 성공적인 기업회생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관리직에 대한 희망퇴직에 이어 지난 8일 생산직 노동자 2405명에 대한 ‘해고 계획서’를 노동부에 신고했다. 노동조합측은 이에 맞서 5천여 노동자들이 7일 쌍용차 평택공장에 모여 대규모 ‘정리해고 분쇄’ 집회를 개최했다. 노사의 극적 타협이 없다면, 회사 측은 6월 8일부터 ‘합법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게 된다.

 노동조합은 ‘너 아니면 나’가 해고되는 극단적 상황에서 ‘단결과 투쟁’만이 가정과 고용을 지켜줄 것이라며 전면적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겨우 생존의 길목에 들어선 쌍용차가 노사대립으로 회생되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구조조정 여부 놓고 노사 첨예한 대립
지역민의 염려 속에 쌍용차는 파산을 면하고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 6일에는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으로부터 쌍용차의 회계 상황 조사인으로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 원 더 많다는 희망적인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사는 마주 보는 평행선처럼 달리고 있다.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심각한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계속가치가 더 크다는 삼일회계법인의 결론도 회사 측이 마련한 26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없다면 회생되기 어렵다는 보고서인 셈이다.

회사 측은 연간 2300여 억 원의 비용 절감 및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총 인원의 36퍼센트인 2646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리직에 대한 희망퇴직에 이어 생산직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2405명에 대한 정리해고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복지비용 등을 줄여 1000억 원을 담보할 수 있고, 5시간 3조 2교대 근무,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노사가 협력한다면 현재의 고용인원을 유지하고도 회사가 회생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가 권고한 특별교섭도 회사 측이 거부하고 있다면서 회사만 살리고 사람을 죽이는 구조조정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송명호 평택시장 등 정치권 적극 중재 나서야
이처럼 노사가 서로 양보하지 않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임에 따라 노사 및 채권단이 만족하는 합의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파국을 향해 치닫는 현 사태를 이대로 지켜봐야 하는가. 아니면, 파국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든 지역사회이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회사 측의 구조 조정안을 노동조합이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료 절반을 해고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노동조합이 있겠는가. 또한 이 자리에서 상세히 논하기는 지면 관계상 어렵지만, 과연 생산직의 절반을 구조조정 하는 방안이 완성차 회생방안으로 최선의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 평택시청 앞에서 진행된 쌍용자동차 가족들의 눈물겨운 기자회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평택시장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평택시장과 정치권이 나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조합도 대화와 타협의 문호를 열어 놓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적극적인 중재를 호소했다.

■ 대립과 갈등 고리 끊을 전환점 마련해야
이제 송명호 평택시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제 본격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송 시장은 지역 현안 마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며 해결책을 찾아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은 많은 시민들이 잘 알고 있다. 이제 쌍용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평택시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시민 2400여명과 가족이 대책 없이 회사에서 정리해고 되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어 적극 나섰다면 평택시민이 지원하고 응원할 것이다.

평택시장이 사심 없이 용기를 갖고 중재에 나선다면 채권단도 정부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나선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여기에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정장선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원유철 국회의원이 힘을 합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해 노사가 합의하는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고 그 이행을 평택시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보장해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사회적 합의 모델이 있겠는가. 평택시민과 채권단, 정부가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노사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노사 상생의 새로운 사회적 협약 모델을 만든다면, 이는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노동과 가정의 소중함 되새기는 5월이 되기를
우리는 박영태·이유일 쌍용차 공동 법정관리인도 많은 갈등과 고뇌에 쌓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평택 시장과 지역 정치권이 적극적 중재에 나선다면,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으로 믿는다. 대량 해고 말고도 채권단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노사 상생의 기업 회생 방안이 있다는 것을 쌍용자동차 노사가 꼭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8일 어버이날 회사 측이 2400여명의 가장의 해고 계획서를 노동부에 신고했다.

갈등과 모순은 격화돼야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쌍용차가 이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앞으로 5월 8일은 쌍용차 노사 모두에게 왜 서로 협력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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