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신도시 사업 표류는

‘국제화 중심 도시 평택’은

물 건너가고 ‘군사도시 평택’이

‘국제화’되는 것 의미

 

고덕국제신도시 보상 시기 문제가 평택시민의 큰 관심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송명호 평택시장과 원유철 국회의원이 11일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을 면담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애초 지난해 연말부터 보상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세계적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국내 경기의 급격한 침체로 보상 일정이 올 상반기로 연기된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 보상도 얼마 전 하반기로 연기되더니 이마저 불투명해져 토지공사가 평택고덕국제신도시 보상을 올해 실시하지 않기로 최근 내부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공사는 사업성의 급격한 악화로 사업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자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위례신도시와 동탄 신도시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은 이후에 추진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 2월 11일자 457호 신문 사설에서 토지공사의 보상지연과 관련해 정부의 태도를 주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평택고덕국제신도시는 토지공사의 실무적 판단에 따른 사업이 아닌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결정된 사업으로 보상과 관련해 토지공사의 재정적.실무적 판단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정부가 고덕국제신도시 조성 사업을 전임 정부의 결정으로 떠넘기며 경제위기를 빌미로 보상과 사업 착수에 미온적일 경우 평택시민은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계속 협조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근본적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0일 송명호 시장과 원유철 국회의원과의 면담자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평택은 대한민국의 안보요충지이며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서 그 역할이 점차 증대될 것”이라며 “고덕국제신도시는 특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지역이므로 최우선적으로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평택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 총리의 이러한 발언 이후에 한국토지공사는 고덕국제신도시 연내 미 보상 방침을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 총리가 평택시민을 우롱한 것이 아니냐는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송명호 시장과 원유철 국회의원이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을 왜 만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성과 없이, 혹은 확실한 답변 없이 ‘최대한 검토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만을 듣고 돌아 올 것이라면 차라리 안 만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평택시민들은 정치권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이 아니라 확실한 결과,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의 분명한 연내 착수라는 결과이다.

주민들이나 기업인에 대한 보상 문제 역시 긴급하고 중요하지만, 고덕국제신도시 사업 문제는 현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평택이전과 관련된 정부의 평택지원 약속의 상징사업이자 대표적 공약사업이다. 또한 특별법에 명기되어 있는 사업이다. 이것이 지연되면 평택시민은 정부의 평택지원 정책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정부와 지역 정치권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올 연말 이내 고덕국제신도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은 전면 보류 내지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렇게 될 경우 평택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전면 보류 내지 무기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올 4월 국회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미지수 이지만,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사업구조조정 방향과 정부의 정책 의지 전환 여부에 따라서는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고덕국제신도 사업의 표류는 ‘국제화 중심도시 평택’은 물 건너가고, ‘미군기지 평택’ ‘군사도시 평택’이 ‘국제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송명호 평택시장이나 원유철 국회의원, 정장선 국회의원, 아울러 시.도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대표들은 정부와 확실한 담판을 벌여야 한다. 토지공사를 상대로 주민과 기업인들에게만 이라도 연내 보상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며 선처를 부탁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통령에게 평택 지원 사업이 용도 폐기된 정책인가 아닌가에 대해 가부간의 확실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

요즘 시중에는 전임 정부가 결정한 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 모조리 뒤집힌다는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사업, 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지원사업도 노무현 정부에 의해 결정된 사업이기 때문에 현 정부가 지원정책을 뒤집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 최근 미군부대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난데 이어 엊그제는 미군 헬기가 안정리 송화리를 저공비행하며 민가의 지붕이 날아가는 사고가 나는가 하면 미군이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피우는 사고가 나는 등 크고 작은 미군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평택지원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하는데 미군에 의한 범죄와 환경 오염 등 시민이 염려했던 사항들은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의 파국 이후 급격히 악화되는 현재의 평택상황을 고려한다면, 고덕국제신도시 보상 지연은 평택이 총체적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고덕신도시 사업이 표류해도 과연 평택이 총체적 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된다면 ‘국제화 중심도시’ 평택이라는 구호는 평택시민을 조롱하고 우롱하는 구호가 될 것이다. 이제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연내 보상이 명백하게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순간, 평택엔 감당할 수 없는 큰 소용돌이가 닥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 정치권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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