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본지 발행인

지난 3월 1일 평택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민세 안재홍 선생 44주기 추모식을 겸한 민세 생가 건물 중수식이 고덕면 두릉리 소재 안재홍 선생 생가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진현 민세 안재홍선생 기념사업회 회장 겸 평택시 국제화 중심도시 전략위원회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평택은 국제화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도시이며 민세 안재홍 선생 같은 탁월한 지도자를 배출한 도시로서 앞으로 평택이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지역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송명호 시장은 민세 안재홍 선생이 44년 만에 다시 고향 평택에서 부활하시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민세의 다사리 정신을 기리는 민세 공원 조성사업과 더불어 민세의 다시리 정신을 평택이 국제화 중심도시로 성장하는데 사상적 철학적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명호 시장은 이날 다소 비장한 모습이었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날의 민세 추도식은 필자의 판단으로는 평택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필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국제화 중심도시라는 단어에 관한 것이다. 평택이 낳은 민족의 스승 민세 안재홍 선생의 44주기 추도식에서 김진현 위원장과 송명호 시장의 말을 통해 등장하는 국제화 중심도시라는 단어는 더 이상 단순한 말의 잔치는 아니었다. 이 시대 평택시가 꼭 달성해야 할 전략 목표였고, 두 지도자에게는 추도식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시 다짐하고 추스르는 자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잘 아시다시피 평택시의 시정 목표는 ‘국제화 중심도시 평택 건설’이다. 마침 평택시는 지난달 25일 ‘국제화 중심도시 전략 추진단’을 구성했다. 이 전략 추진단은 앞으로 평택시가 국제화 중심도시 육성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있는 고덕 국제신도시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전략 수립과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 한다. 또한 고덕 국제신도시 뿐 아니라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 평택항 배후단지 조성 등 평택을 명실상부한 국제화 중심도시로 발전시키는 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평택시는 지난해 11월 13일 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화 중심도시 전략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전략위원회에는 김형국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장, 사도브니치 모스크바대 총장, 라포트 전 한미연합사령관 등 국내외의 전현직 정.관.학계의 유력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전략위원회는 평택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논의, 자문하고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한다. 전략 위원회가 큰 틀에서의 전략을 수립하는 기구라면, 전략 추진단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오기 위한 조직 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평택시는 앞으로 전략위원회와 이번에 창립한 전략 추진단 등 두 기구를 국제화 중심도시 평택을 만들어 나가는데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평택시의 이러한 기본 구상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혹자는 내용도 없이 외양만 그럴듯하게 부풀린 과시형 전시행정이 아니냐며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의 지정학적 조건과 미래 도시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국제 무역항을 갖고 있다는 특징 등을 놓고 볼 때, 평택의 도시발전 전략으로 ‘국제화 중심도시’를 설정한 것은 전략적 목표 설정이라는 관점에서는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내용인 것이다. 국제화 중심도시 전략위원회나 전략 추진단이라는 조직이 과연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될 것이며, 무엇으로 평택을 국제화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울러 그 실체들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이 조직들이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등이 향후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현 시점에서 짚어보고 확인해 보아야 할 점은 과연 평택시민들이 국제화 중심도시라는 말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평택시민들은 국제화 중심도시라는 말의 개념조차 이해하기 힘들어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냥 평택시에서 상징적으로 내거는 구호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며, 미군이 오고 항만이 있으니까 그럴듯하게 ‘국제화’라는 말을 붙였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고덕신도시가 어떻고, 경제자유역이 어떻고 등등을 이야기 해보아야 평택시에서 추진하는 전략적 목표가 잘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다. 사실 고덕국제신도시와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사업시행자가 평택시가 아니라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이다. 평택시가 생색을 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 따라서 평택시로서는 왜 평택시가 국제화 중심도시라는 목표를 내걸었으며, 고덕신도시나 경제자유구역사업 등에서 평택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득력 있게 시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때는 과연 평택시 고위 공무원 등 정책 추진 주체들이 ‘국제화 중심도시’의 개념과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 청계천 복원 같은 명확한 가시적 성과가 아니더라도 이것이 바로 ‘국제화 중심도시’의 핵심적 사업이라고 제시할 만한 내용은 과연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개념어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

국제화 중심도시 전략위원회와 전략 추진단의 구성은 아직 평택시로서는 국제화 중심도시의 내용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반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제화 중심도시 사업의 구체화를 위해 하나하나 점검하며 시민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제시하고 다양한 수단과 홍보를 통해 시민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 국제화 중심도시 건설의 가장 큰 문제라면 시 행정과 시민이 따로 논다는 것이 아닐까. 이 거리감, 간극을 좁혀야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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