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국제신도시 건설을 위한 토지보상 작업이 올 연말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보상 예정 일정이 올 상반기, 하반기로 연기되기는 했으나 늦어도 올 해 안으로는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신도시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토지공사관계자들의 발언과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특단의 결정이 없는 한 올 연말까지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함은 물론, 자칫 내년에도 사업이 착수되지 못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상작업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쉽게 말해 보상해 줄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약 9조5천억 원이 소요되는 고덕신도시 건설 총 사업비 중 토지와 지장물 등 용지 보상 비용이 약 3조6천억 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토지공사에서 이 돈을 올해 안으로 평택에 풀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여유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기존에 착수했거나 보상이 진행 중인 굵직한 사업들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을 올해 시작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토지공사는 고덕신도시 사업의 85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있어 실질적 사업 추진 주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도시공사와 평택도시공사도 공동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지분율이 각각 10퍼센트와 5퍼센트에 불과한 상황이라 토지공사의 입장이 사업 추진의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 연말 보상은 물론, 내년 보상도 불투명 하다. 특히, 정부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사업 우선순위 등의 재조정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 추진자체가 불투명해 질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실무적으로 검토해 볼 때 고덕신도시 사업에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평택 지역 상황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덕신도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것이 토지공사의 입장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평택시장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토지공사 사장과 국무총리 등을 잇따라 만나 평택 상황을 설명하며 조속한 보상 및 사업 착수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돌아 올 뿐 확실한 답변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10일 오후 원유철 국회의원과 송명호 시장이 한승수 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총리가 최우선적으로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데 과연 이 발언이 현실에서 구체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애초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 경기도가 먼저 구상을 밝히고 정부에 요구해서 추진되게 된 사업으로 토지공사나 정부 입장에서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갖고 최우선으로 추진할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역에서 요구한 정책이 국가사업으로 반영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존경쟁 차원에서 진행되는 자금 배분의 우선순위에서 이 사업을 뒤로 밀어내려는 유혹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을 평택시민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보상 지연 문제를 고덕 주민들만의 문제로 보거나, 대출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중요한 것은 보상이 지연된다는 것은 고덕국제신도시 사업 자체가 지연된다는 것이고, 이렇게 될 경우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추진되는 지역개발 사업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상황이 어렵다는 토지공사나 정부의 입장을 평택시민 입장에서 이해하고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큰 갈등과 홍역을 치르며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협조한 평택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지역개발 사업이 단지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지연된다면 정부 정책을 믿고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더구나 경제가 어려우니 경기 부양을 위해 범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상황에서 보상비가 없어 사업 착수를 지연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 고덕국제신도시가 토지공사의 실무적 판단이나 경제논리로 시작된 것이 아니고 다분히 정치적 논리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에 경제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정부의 평택지원 의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인 것이다. 토지공사의 사업논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의지, 정치적 판단이 우선되는 것이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이다.

시장과 국회의원 등 정치지도자들은 올 상반기 안으로 고덕 신도시 보상 착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또한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토지공사가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 평택시민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올 상반기 안으로, 늦어도 하반기 초반까지 고덕국제 신도시 보상작업이 시작되지 않으면, 평택시민은 정부가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평택시민의 기대와 관심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평택시민은 주한미군 평택이전에 계속 협조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가뜩이나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사태로 지역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믿었던 정부마저 이 핑계 저 핑계로 고덕신도시 사업을 지연시킨다면 평택시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그 예봉이 어디로 흐를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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