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문제로 연초 지역 사회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연일 전국 일간지나 방송에서 평택 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처럼 보도하면서 위기의식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기침체에 더해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의 지연과 고덕국제신도시 보상 지연, 쌍용자동차의 위기가 겹치면서 평택 경제가 파국 일보직전이라는 것이다. 마치 평택이 최근 경제 위기의 첫 번째 희생 제물이 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 보도 뿐 아니라 평택지역 움직임 역시 평택이 내일 모레면 무너질 것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평택시장 명의의 가정 통신문이 평택시 전 가구에 배달되었다.

내용은 쌍용차 문제 등으로 경제 위기가 심각하지만 다 같이 힘을 합해 극복하자는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시장이 각 가정으로 경제가 어렵다며 서한문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위기가 정말 심각하지 않다면 주민들에게 위기감을 조장하는 행위로 이는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위기가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에 가정으로까지 서한문을 보내 위기극복의 동참을 호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 평택시 당국은 쌍용차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대응한다는 ‘36524 민생안정 비상대책단’을 꾸리고 있고 송명호 시장은 각종 회의나 집회에서 평택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택시의회도 쌍용차 살리기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호응하듯 평택시발전협의회와 평택시시민단체협의회 등 사회단체와 상공인들이 주축이 되어 ‘뉴 평택 창조를 위한 시민연합’이라는 단체가 19일 결성되었다. 이 단체는 쌍용차 살리기 범시민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임을 밝히고, 24일 이 단체의 한 분과 조직인 ‘쌍용자동차 사랑운동본부’가 주관해 시민 1만 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시청앞 광장에서 갖기로 했다. 언론보도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평택은 2009년 새해 벽두부터 심각한 상황, 경제적 파국 일보직전의 상황에 처해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현재 우리 평택의 상황을 냉정히 살펴보자. 과연 지금의 지역경제가 침몰직전의 위기인가. 중앙언론의 평택관련 보도는 분명 과장되어 있다. 미군기지의 이전 지연은 부대 주변에 미군을 위한 ‘임대주택’을 장만했던 일부 사람들의 문제일 뿐이며 부대주변 상가의 경기 침체는 엄밀하게는 미군이전 지연과는 관계없는 문제이다.

평택지원특별법에 따른 평택지원사업은 시 당국도 밝히고 있듯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보상지연 문제는 지난해 말에서 올 연말이나 올 하반기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보상지연이 평택지역 경제에 심각한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보상지연이 아니라 이 사업이 연기되거나 취소된다면 문제이지만 그렇지 않은 현 상황은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최근의 경기 침체는 평택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똑 같이 겪고 있는 상황이며, 상대적으로 평택은 각종 개발호재로 인해 타 지역보다 나은 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평택시는 ‘브레인시티’사업이나 각종 뉴타운 사업, 황해경제자유구역 사업 등 평택시의 전략적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평택 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인가 이해하기 어렵다.

연말연시에 쌍용자동차의 문제가 터졌다는 변수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쌍용자동차 사태가 평택을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가. 쌍용차가 만일 파산한다면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실업자, 상권의 어려움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가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지만 약 10퍼센트 안팎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쌍용차가 파산한다고 해도 다른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평택은 이를 감당할 저력이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더 큰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에서 법정관리를 받아들이고 노사와 지역사회, 정부와 채권단 등이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기울일 시점이다. 위기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쌍용차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중앙언론의 보도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우리 지역사회, 특히 시 당국과 정치권은 빌미를 주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위기의식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시장 명의의 가정 통신문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없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없는 가정 통신문을 왜 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기 위해 어려움을 일부 과장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언론에 역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음도 잘 살펴서 시장이나 정치인들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아울러 쌍용자동차와 관련된 시민운동본부의 결성과 예정된 범시민 결의대회, 시민 서명운동 등은 중앙정부나 법원에 평택시민의 우려감을 전달하려는 취지라면 일정 정도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이 시민단체 등을 활용해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시민들을 동원해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지역 시민단체의 흐름이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도 우려스럽다. 쌍용차 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접근할 때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문제가 결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파와 정치적 견해를 떠나 하나로 뭉쳐 공통분모를 찾아내 차근차근 풀어 나가지 않으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의 열린 마음과 지혜를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시 당국과 정치권, 시민단체 모두 냉철한 판단 속에 차분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제 며칠 후면 설 명절이다. 어느 해 보다 얼어붙은 경기와 소비 심리 때문에 이번 설 명절을 따뜻하게 보내자는 말을 하기도 망설여지는 시점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힘이 될 것이다. 눈앞의 어려움에 용기를 잃지 말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뜻 깊은 설 명절이 되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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