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풍요는 경제적 조건에만 있지 않다

▲ 본지 발행인 김기수
 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소띠’ 해인 기축(己丑)년 이기도 합니다. 소는 근면과 성실, 여유로움과 우직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올 해가 어느 해 보다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 소의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과욕보다는 절제가, 지나친 확장 보다는 수성(守城)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소의 근면과 성실이 올해를 사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다들 너무 어렵다고 하니 모두들 심리적으로도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심리적 위축 뿐 이라면 이를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며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 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예측입니다. 연말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고,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도산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량실업 염려도 큽니다.

평택지역 상황도 이러한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연말연시 쌍용자동차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고, 각종 민간 도시개발 사업은 찬 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져 허리띠를 졸라매도 살기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새해를 이렇게 우울한 기분과 전망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을 어려움으로만 생각하는 것,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고통의 근원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엄밀하게 말한다면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금융위기, 특히 파생상품 위기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파생상품의 위기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국 금융기관들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 온 투기와 탐욕의 결과입니다. 투기적 자본이 스스로의 무덤을 판 꼴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나쁜 속성이 극대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된 것이 미국 금융자본의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비극적 결과물인데, 문제는 이 비극이 다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는 점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확대 재생산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현상과 문제점을 한번쯤은 되짚어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는 부동산투기와 개발지상주의에 빠져 때 아닌 태평성대를 구가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모든 가치를 돈과 물질로 판단했습니다. 아직도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까, 주식 값이 얼마나 떨어질까에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번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이러한 물질 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아닐까 합니다. 전도(顚倒)된 가치관을 새롭게 점검해 보고, 인간과 자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면서 진정 우리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無所有) 정신으로 살아가라고 가르쳤습니다. 이 말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소유로부터, 소유한다는 의식으로부터 모든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소유하면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면 더 많이 소유하려 합니다. 내 것도 충분히 가치 있고, 내가 충분히 소유하고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합니다. 여기에 현대 문명의 비극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연과 공생하고, 근검하며 절약하고, 작은 물질적 풍요에도 감사하고 넉넉함을 느낀다면 경제적 문제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두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2009년입니다. 그러나 진정 우리의 삶은 경제적 어려움보다 정신적 빈곤이 더 문제일지 모릅니다.

현재의 물질적 풍요를 감사해 할 줄 모르는 마음도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무시하자거나 현실을 도피하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제 위기를 겪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기쁨과 풍요를 얻는 삶은 경제적 조건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소의 우직함과 근면함이 진정한 만족과 기쁨의 원천이 되는 그러한 한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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