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본지 발행인

<평택시민신문>이 창간 1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2주년을 맞기 까지 성원해 주신 평택시민과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창간 기념을 맞아 이런 개인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이 잘 서지 않지만, 오늘은 두서없는 넋두리를 하고자 합니다.

매년 창간 기념일을 맞아 창간 기념 특집호를 발행하며 창간 기념사를 쓰는 일이 발행인인 저에게 주어진 역할입니다. <평택시민신문>의 어제를 회고해 보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의 모습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나 온 과정이 너무 힘들어 회상에 잠기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격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또한 한 해 한 해 햇수를 더해가며 신문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고, 지난 세월에 대한 감사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더 겸손해 지자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 시간들은 미래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넘쳤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창간 기념사를 쓰는 오늘은 왠지 열정이 식은, 타성에 젖은 저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어느 누가 말했듯이, 올 한해는 솔직히 정신적으로 매우 게으르게 보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평택시민신문> 전 직원이 게을렀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모두들 치열하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입니다만, 주어진 여건에서 <평택시민신문>은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현안을 보도하고 분석하며 공론의 장을 만들며,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올 해에는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등 많은 공익사업도 벌여 왔습니다. 전국 지역신문들이 모여 경쟁하는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는 신문을 통한 교육 활동(NIE)의 성과가 인정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올 한 해는 지난 11년 동안 앞으로 달려 온 것과는 달리, 신문이 정체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발행인이 느끼는 것과 기자들이 느끼는 것, 독자들이 느끼는 것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만, 발행인으로서는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발행인으로서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왜 게을러졌을까. 요즘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 기관 단체에서 보내 주신 소중한 창간 기념 축사를 읽어 보니, 격려와 칭찬, 당부의 말씀들 중에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올 한 해 발행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게으르게 보낸 원인이 바로 이 ‘초심’과 관계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초심(初心)처럼 무섭고 어려운 말은 없을 것입니다. 처음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초심이라고 하고, 보통은 자만하고 우쭐댈 때 경계하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공정성을 유지하며 지역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초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올 한 해 발행인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올 한 해 게으른 이면에는 이 초심의 문제만으로 풀리지 않는 무엇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라고 꼭 꼬집어 말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만, 개인의 불찰을 기본으로 전제한다면, 요즘 나라와 지역사회의 역동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저 스스로 많이 느끼고 있는데, 이러한 생각들이 저의 게으름의 많은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소 책임 회피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저의 게으름은 단순한 게으름이라기보다는 어떤 무력감이 게으름으로 표출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이 무력감은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정체하거나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언론인으로서 이를 시정하거나 개선할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문은 사회의 정의를 밝히며, 이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시민사회의 발언과 참여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이 사회가 소중히 쌓아 왔던 인간존중·참여·균형발전·절차적 민주주의 등 많은 가치들이 급격히 후퇴하고, 오로지 개발과 승자독식, 경쟁과 물질만능주의가 활개 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구호가 ‘망령’이 되어 이 사회 위에 배회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평택 사회 역시 중앙 정치의 급격한 보수화와 지역 개발 바람을 타고 건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며, 이 사회의 건전한 견제 세력이 되어야할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급격히 위축되고 축소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으로서, 지역신문의 발행인으로서 올 한 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일정 정도 무력감에 빠져 있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게으름과 무력감, 낭패감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시민과 함께 한다는 ‘초심’을 더욱 부여잡겠습니다. 부족한 신문이 창간 12주년을 맞이하기 까지 애독해 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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