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정
평택평화센터 간사
지난 11일, 12일 이틀 동안 송탄 K-55 미공군기지에서 에어쇼가 개최됐다. 많은 시민들은 흔치 않은 구경거리인 에어쇼를 보기위해 모여들었고 쾌청한 날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사장 내에서는 다양한 전투기와 무기를 전시했고 줄을 지어 늘어선 부스에서는 바베큐, 핫도그, 김밥 등 여러 음식을 판매했다. 많은 시민들은 돗자리까지 준비해 자리를 잡고앉아 각종 즐길 거리에 둘러싸인 채 여유로운 휴일을 만끽했다.

그러나 우리,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하지 않을까. 행사장을 가득 채운 무기들, 우리에게 즐거운 쇼를 제공했던 A-10, F-16, 아파치 헬기, 블랙 호크 등의 전투기들이 우리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다들 잘 알고계시겠지만 이것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인명을 살상하고 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의 분쟁지역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하루하루 전투기의 굉음을 들으며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분쟁지역의 민간인들 뿐 아니라 전쟁에 참가한 미군 전사자들의 숫자도 4200명을 넘어서며 미국 본토에서도 반전 여론이 뜨겁다. 전쟁 당사국의 민간인 사망자 수는 파악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투기들의 에어쇼와 전시되어있는 무기들을 구경하며 즐거워하기만 한다면 우리가 너무 비정한?것은 아닐까. 만약 한국 전쟁 당시처럼 우리는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전쟁의 비참한 실상에 고통 받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우리를 공격했던 바로 그 전투기들의 에어쇼를 즐기고 있다면 우린 어떤 기분이 들까?

에어쇼가 진행되는 동안 장내에서는 미군을 홍보하는 방송이 계속 이어졌다. 미군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평화를 지키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무엇이 평화이고 무엇이 자유인가? 자주권을 가지고 있는 타국을 공격함으로써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평화인가? 미국이 독식하고 있는 국제 사회의 동조를 얻어 자유롭게 타국의 민간인들을 살상하는 것이 자유인가?

또한 이 곳 평택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는 미군 전투기 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전투기들은 시가지든 주택가이든 가리지 않고 아무 곳이나, 밤이든 낮이든 상관없이 아무 때나 굉음을 내며 비행한다. 어린 아이가 자다가 놀라서 울고,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고, 주민들은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투기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발표되었다. 어린이들에게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를 유발한다. 농민들은 소음으로 인해 농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함으로써 재산 피해를 입어왔다.

전투기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 단체는 열심히 미군 측에 공문을 보내고 있다는 공허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평택 주민들의 고통은 도외시 한 채 에어쇼를 개최해 미군 홍보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은 주민들의 고통에 불을 지르는 행위이다. 공교롭게도 에어쇼를 개최하는 그 이틀 동안 주민들은 그 어느 날보다도 심한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평범한 주택가 하늘에 마치 전시처럼 수대의 전투기들이 날아올랐다. 마치 전시처럼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소음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는 비행 고도 유지, 주거 밀집 지역 비행 자제, 야간 비행 통제 등이 있다. 하지만 주민의 건강보다 미군의 전쟁 연습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듯 보이는 지방자치 단체가 이러한 대책들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장기간 전투기 소음에 노출됨으로써 이미 그 피해가 외현화 된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더욱 요원하다.
지방자치 단체는 소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은 땀 흘려 일해서 납부한 혈세에 합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이런 소음 속에서 한미동맹이란 이름으로 언제까지고 계속 자신의 건강을 저당 잡힌 채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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