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본지 발행인

이병순 케이비에스(KBS) 신임 사장이 지난달 27일 취임했다. 정연주 전 사장이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지 보름여 만이다.

신임 이병순 사장은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 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로그램의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비록 방송의 공영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언급했으나, 이 같은 취임사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그간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에서 ‘좌파방송’이라고 비난해 왔던 지극히 정파적인 시각을 수용한 ‘항복선언’과 다름 아니라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케이비에스가 국민 신뢰도 1위의 진정한 국민의 공영방송에서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케이비에스 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있는가하는 법적 논쟁이나 경찰을 끌어들이며 무리하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의결한 이사회의 적법성 여부, 신임 사장 공모 전에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청와대 비서실장, 유력 후보자 등이 참석한 소위 ‘사전 면접시험’ 사건 등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 케이비에스 정연주 사장 ‘축출’과 신임 사장 임명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그간 국민들이 힘겨운 투쟁을 통해 얻어 왔던 절차적 민주주의나 방송의 공공성이 정권에 의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케이비에스 사장 문제와 와이티엔(YTN) 구본홍 사장 임명과 노조원들의 반발에 따른 내홍, 엠비씨(MBC) 피디수첩 사태 등 일련의 언론계 상황은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는 현안들이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단순한 언론계의 문제로 국한해서 소위 조·중·동과 보수진영이 말하는 대로 ‘편파성’을 시정하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과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이 소중하게 얻고 누려왔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국민의 기본권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침탈당하는 ‘중대한’ 국민적 문제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공기업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대기업 중심의 보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언론 정책은 크게 3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언론이 방송분야까지 진출하게 하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정책, 공영방송인 KBS의 장악과 MBC 민영화를 통한 방송의 장악, 여론다양성 보장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해 왔던 지역신문 지원 특별법 등 소수 언론 지원 기구의 폐지 및 전면적 정책 수정 등이다.

이들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일 수 있는 독립된 공영방송과  비판 언론을 정부의 통제 하에 두는 한편,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이 국민적 담론을 장악하게 하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언론자유라는 중대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집요하고 노골적으로 추진되는 언론장악 기도를 저지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국민에게 강요되는 형국이다.

이것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과 언론노조 등 언론계의 힘겨운 싸움에 우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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