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항의하는 국민적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취임 100일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큰 위기에 빠졌다. 굴욕적이다 싶을 정도의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는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 먹거리의 안전을 뿌리 채 흔들 엄청난 협상 내용이다. 특히 일본이나 대만에서 적극 반대하는 30개월 월령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겠다는 협상 결과는 ‘광우병 공포’를 전국민적으로 확산시켰을 뿐 아니라 국민적 자존심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직전 ‘퍼주기 식’의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되자 ‘조공 외교’라는 비판과 더불어 2008년 4월 18일을 ‘제2의 국치일’로 정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 고시 연기’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비판적 여론을 ‘괴담’ 운운하며 철저히 무시하고 국민의 자발적 ‘촛불 집회’를 ‘배후 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며 정부 고시를 강행했다.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후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대규모 촛불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제2의 6월 항쟁’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까지 나오게 되었다.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후 취임 석달도 안 돼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 같은 사태는 일찍이 예견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500만 표 차라는 숫자에 갇혀 전 국민의 25%만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의 점령군 같은 행동과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정책을 밀어 붙여 왔다.또한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상징되는 가진자 중심의 고위직 인선,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등에 업은 대기업 위주의 ‘친 기업 정책’, 국민적 합의 없는 공기업 민영화 밀어 붙이기, 영어 몰입교육, 0교시 수업확대 정책 등등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왔다.

여기에 고유가로 인한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대기업 CEO 출신 대통령에게 걸었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희망은 불만으로 바뀌고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이 상황에서 국민 건강권을 포기하다시피 한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 협상과 국민을 무시한 정부 고시 밀어 붙이기가 진행되자 국민들은 과연 이 정권이 누구를 위한 정권인지 근본적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심각한 민심이반을 뒤늦게 깨달은 이명박 정부는 소고기 고시 관보 게재를 유보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뒤늦게 국정혁신을 외치며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인식전환에 따른 ‘재협상’을 위한 것인지, 일시적 시간 벌기인지는 명확치 않다. 또한 정부와 한나라당이 민심이반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획기적인 국정 쇄신안을 내놓을지도 미지수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면적 국정 쇄신에 나설 것을 주문하지만, 취임 100일 동안의 현 정권의 정책과 행태를 보면 과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쇄신안이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고, 냉소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아우르고, 특히나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생활고에 빠진 서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호소할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 집권당의 도덕적 권위가 형편없이 땅에 떨어진 상황을 매우 염려한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과 가진자들, 친미 일변도의 정책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일대 방향전환 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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