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발행인 김기수
앞으로 우리나라를 5년간 이끌어 갈 1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 대통령 선거는 최고 국가권력의 향배를 둘러 싼 극심한 권력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투쟁이 선거라는 게임의 룰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격렬함과 치열함이 많이 세련되어 졌을 뿐이다. 권력투쟁의 승자는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통치하게 되고 권력투쟁의 패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따라서 소위 ‘모 아니면 도’식의 사생결단의 승부수가 띄워지게 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가 그랬다. 그리고 이 투쟁에서 승리한 진영은 대부분 ‘시대정신’을 담아낸 진영이었다고 평가되어 왔다.

이제 일주일 남겨두고 있는 대통령 선거. 그렇다면 과연 이번 대선이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어느 진영이 이 시대정신을 더 담아내며 승리할 것인가. 현상적으로는 대통령 선거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진영과 ‘민주정부의 맥을 이어나가자’는 통합신당 등 소위 범여권이 대립하는 구도이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선거는 양자대결구도가 많았고, 이런 경우 국민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양자대결 구도가 아닌, 다자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보수진영은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후보가 ‘원조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무소속 출마했다. 소위 범여권은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로 삼분 되었다. 여기에 진보진영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합하면 이번 대선은 6자 대결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우세를 나타내주고 있다. 선거 일주일 전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선 막바지의 일주일은 하루하루가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조사 숫치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는 대통령 선거가 아무리 국가 권력의 향배를 놓고 다투는 극심한 권력투쟁, 권력투쟁의 최고 형태라고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시대정신을 찾기가 쉽지 않고 매우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물론 6자 대결구도로 전개되는 이번 선거 구도를 놓고 본다면, 시대정신이 한두 가지의 집약된 쟁점으로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이 사회 구조가 복잡 다양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 상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정신은 ‘정권 교체’와 ‘경제 살리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과연 어려운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비비케이((BBK)나 위장 전입, 자녀 위장 취업’ 등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악재에도 불구하고 집권에 성공한다면, ‘정권교체’와 ‘경제 살리기’가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지난 5년간의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가로 놓여 있을 것이다. 비비케이 진상규명에 총력을 기울이는 통합 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대역전 극을 펼쳐 승리한다면, ‘부패 청산’과 ‘민주정부 계승’이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대통령 선거보다 국민들로서는 선택에 혼란을 겪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선의 선택지가 과연 국민들 앞에 놓여 져 있는가. 요즘 시중에서는 아예 대선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열성 지지자를 빼놓고 흔쾌히 투표에 나설 국민들 역시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우스갯소리 소리 같지만, 어떤 사람은 묘안을 제시했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먼저 한 명씩 한 명씩 선택지에서 제외하다보면,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덜 안 드는 사람이 나올 것 아니냐고. 그 사람을 뽑으면 된다고 말이다.

이 시대 최대의 화두인 양극화 해결책이나 한미 에프티에이(FTA)같은 중요한 이슈가 실종된 선거, 정책선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선거, 진실과 거짓이 구분이 안 되는 선거, 원칙과 상식이 실종된 선거, 각종 의혹과 공방만 오가는 선거, 미래 국가 경영의 청사진이 빠진 선거, 그래서 재미없는 선거. 이번 17대 대선은 그런 선거가 아닌가 한다.

오는 19일은 투표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투표는 꼭 해야 한다. 그 선택은 우리 국민들 각자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을 그래도 조금 더 담아내고 있다는 후보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선택의 결과 1등과 2등, 3등 등 순위가 매겨질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6자 대결구도가 이 사회의 다양성을 표출하는 불가피한 흐름이었다면, 대선 이후 승자든 패자든 이 다양한 요구와 다양한 시대정신을 하나로 모아 국민 통합을 이루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아무리 극심한 권력투쟁이라지만, ‘모 아니면 도’식의 승자독식 구조는 또 다른 권력투쟁, 불화의 불씨만을 뿌릴 뿐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