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학 유치엔 발 벗고 나서며

 

▲ 본지 발행인 김기수

국립대학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 이해 안가

  지난 18일 송명호 평택시장이 미국 뉴저지주에 소재한 스티븐슨 공과대학(SIT · Stevens Institute of Technology)의 헤럴드 리버쉐 총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제화계획지구에 SIT 제2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시에 따르면, SIT 평택캠퍼스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출발해 2009년 기술경영학과, 시스템 공학과 등 3개 학과 석사과정으로 프로그램이 개설될 계획이며, 점차 학부까지 포괄하는 종합대학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평택시가 대학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고 SIT가 1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고 평택시 당국은 밝혔다. SIT는 기계공학분야에서 우수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고 평택시는 밝혔다.

이보다 앞서 평택시는 지난 6월 19일 50만평 규모의 성균관대학교 제3캠퍼스 유치를 포함한 150만평 규모의 첨단 글로벌 미니 신도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민간개발방식으로 진행되는 미니 신도시에는 성균관대학을 포함해 스탠퍼드대학, 옥스퍼드대학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계된 국제대학도 육성할 계획이라고 시 당국은 밝혔다.

또한 평택시는 2005년부터 미국 미주리주립대학의 평택유치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고, 경기도는 미군기지 평택이전과 맞추어 평택으로 이전될 예정인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한국인 입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 7월 3일 평택지원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평택은 외국대학 유치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대학 유치가 탄력을 받게 되었고, 송명호시장이 스트븐슨 공과대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발 빠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지난 27일에는 평택지역 시민단체 주관으로 재활복지대학 강당에서 국립한경대와 평택의 국립 재활복지대학의 통합과 평택유치를 촉구하기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한경대와 재활복지대학은 내년 3월 신입생 유치를 목표로 최근 (가칭) 경기국립대학 통합안을 마련했으나, 한경대 내부에서 통합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돼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양 대학 모두 특별법상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대학 증원과 이전이 가능한 평택에 (가칭) 경기국립대학의 거점 캠퍼스를 두기 위해 통합에 적극적 이었다.

통합안에 대해 반대하는 교수들도 통합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는 통합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통합안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이지만, 평택에 국립대학을 유치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양 대학의 통합에 대한 의지가 확실해 국립대학을 평택에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분명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지난 5월 30일자 ‘경기 국립대 평택 유치 적극 검토해 볼만 하다’는 칼럼을 통해 외국대학 유치나 사립대 유치도 중요하지만, 국립대를 평택에 유치하기 위해 평택시가 더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당시는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해 외국대학 유치가 당면의 현실이 아니었고,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도 불확실하고 사립대에서 평택입주를 희망하는 가시적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국립대 유치에 소극적인 시 당국의 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칼럼이었다.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많이 변했다. 외국대학 유치가 가능해 졌고, 성균관대학과 미국 SIT와 평택시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군기지 이전에 맞추어 국제 교육도시로 탈바꿈하려는 평택시와 경기도, 정치권의 움직임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내외 많은 유수의 대학을 유치해 국내외에서 명성을 갖는 교육도시로 평택이 발전하고 우수한 인재를 지역에 배출한다면 평택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실현가능성과 교육의 근본 목적에 비추어 본 파급 효과이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유치 문제를 시민적 차원에서 검증하고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스티븐슨 공과 대학(SIT) 유치를 위해 평택시가 국제화계획지구에 부지를 제공하고 건물까지 제공한다고 했는데, 그 비용은 어느 만큼 될 것인지 추정해 보아야 한다.

수십억 수백억의 시민 세금을 들여 과연 SIT를 평택에 유치할 타당성이 있는지 시민들이 판단해야 한다. 필자는 현재 외국대학 유치 작업이 정교한 계획에 의해 진행되기 보다는 돌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대학유치 작업이 시당국과 정치권에만 맡겨도 될 사안은 아닐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대학유치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및 검증 시스템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대학이 들어서기 위해 평택에 그만한 부지가 있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도 꼼꼼히 점검해 보며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아무리 우수한 외국대학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택에 국립대학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에 평택시가 소극적이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등교육의 혜택은 평택시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

외국대학이 평택에 유치된들 평택지역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입학할 수 있겠는가. 평택의 서민과 중산층의 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평택시는 국립대학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민들에게 생소한 외국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면서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국립대학 유치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시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한경대 교수들이 통합안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면에는 경기국립대 평택 캠퍼스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은 평택시 당국의 태도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국내외 유수 대학을 유치하려는 흐름은 이제 탄력을 받고 있다. 교육의 근본 목적에 비추어 어느 대학을 어떻게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평택의 장기발전을 위해 대학유치 문제를 시민들이 나서 종합적 시각에서 검토할 시점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