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까지 이전하기로 되어 있던 용산 미8군과 전방의 2사단 평택이전 사업이 5년 정도 연기된다고 한다. 공사 완공이 빠르면 2012년 말 늦으면 2013년이라는 것이다. 아직 정부가 최종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발언을 통해 사실로 판명되고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가자 평택사회가 다시 술렁이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군기지 반대운동 단체들은 미군기지 이전 중단과 한미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해 진행되던 18조 8천억원 규모의 평택지역개발사업이 차질이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전제로 추진되던 용산 민족공원 조성사업, 경기북부지역 반환미군기지의 활용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도 지연 및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팽성 지역 상인들과 임대주택을 지었던 건축업자들의 연쇄도산 우려 목소리도 커지는 등 미군기지 이전사업 연기 소식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미군기지 평택이전이 연기된다고 뒤늦게나마 공식 인정한 것은 예견되었던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이제 정부는 연기를 공식 인정한 만큼 그에 합당한 후속조치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후속 대책을 논하기 전에, 지연되는 이유 중에 평택주민의 반대운동 때문에 부지확보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한 주장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이 사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미군기지 평택이전이 4~5년 연기될 것이라는 것은 그간 쉽게 전망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미간의 비용분담 등 합의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미 지난 8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평택이전 사업이 2~3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말 한 바 있다. 한미간에 논란이 일고 있는 작전권 이양문제와 관련해 2012년경 환수받기를 원한다며 들었던 논거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정부는 최종 시설종합계획(MP)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자비하게 주민들을 토지에서 내쫓았다.

 4년이든 5년이든 지연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밀어붙여 ‘땅 먼저 빼앗아 놓자’는 식이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토지확보가 늦어져 연기한다는 것은 뻔뻔스런 ‘거짓말’이다. 이미 대추리 도두리 확장예정지역 토지 소유권은 명도소송 등을 통해 국방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40여 가구가 땅을 내놓을 수 없다며 대추리를 떠나지 않고 있고, 김지태이장은 아직도 감옥에 있다. 5년 지연되는 이 사업을 위해 정부는 이들을 또 강제로 끌어낼 것인가.

사업 완공 연기를 공식 인정한 상황에서 대화와 협의과정 없는 일방적 강제추방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추리 일대에 285만평 이외에 4만평을 추가로 더 미군 측에 제공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공사완공 시점이 5년 연기됨으로써 한미간의 재협정 체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08년 말까지 이전하기로 한 합의가 5년 연기된다면 조건이 변했기 때문에 재협상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특히, 총 10조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 중 우리나라의 비용부담은 5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다. 그동안 국회에서 용산기지 평택이전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여야가 합의한 국회 청문회도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한국 측 비용부담과 관련된 한미간의 불평등 조약 논란이 계속되고, 시민사회단체의 재협상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시기 연장은 이 논란을 가속화시켜 미군기지 평택이전 사업 전체를 불확실한 상황에 빠뜨릴 우려도 있다.

 벌써부터 시기 연장은 차기 정권에 이전비용 문제를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차제에 정부 당국은 주한미군 평택이전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국민에게 밝힐 것은 밝히고, 한미간의 재협상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공사완공 5년 지연으로 지역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고 갈등이 구조화, 지속화될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염려스럽다.

시 당국과 정부는 18조8천억원에 달하는 평택지역개발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시민은 없다. 이전사업이 연기된다면, 평택개발사업 역시 연기되거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평택사회는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도시의 자생적 발전이 왜곡되면서 도시계획 근간이 뒤흔들렸다. 그나마 이제 겨우 평택지원 특별법에 따른 지역개발계획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에서 5년 연장으로 인해 또 다시 평택의 장기발전계획의 근간이 뒤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평택의 미래가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더욱 확실해 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평택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숨죽이며 목소리를 자제했던 말없는 다수 시민들을 위해서도 평택지역개발계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간 평택지역사회는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극심한 분열상을 보여 왔다. 이제 5년이라는 기간이 연장됨으로써 지역사회에 또 다시 극한 대립과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커졌다.

신중치 못한 정책으로 이러한 갈등을 키울 여지를 제공한 정부당국의 무책임한 ‘밀어붙이기 식’ 정책, 나아가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이 진정 ‘참여정부’의 정책인지 개탄스럽다. 참여정부가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관련해 ‘일관성’을 가진 게 있다면, 주민을 배제하고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책뿐이다. 다른 정책 분야는 차치하고라도 미군기지 이전 정책을 놓고 볼 때 참여정부는 이미 시민적 신뢰감을 상실했다고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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