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농아학교가 다시 무법천지가 되었다. 지난달 26일 교장실의 유리창이 깨지고 컴퓨터 등 집기가 파손되고 학교 담벼락이 낙서로 뒤덮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교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고, 경찰도 현장 채증에 나서며 기물 파손의 진상 규명에 들어갔다. 재단 이사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경찰도 처음엔 사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이 저지되었으나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된다고 설득해 사건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지난 1일 학교 유리창이 파손되는 행위가 또다시 일어났다고 한다. 파손된 유리창 등 집기를 복구하는데 1천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현재 농아학교 교문은 굳게 잠겨 있고 학교장도 학교 출입이 봉쇄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평택시민은 소위 '에바다 사태'로 홍역을 치러왔다. 작년 여름에는 평택시청 앞에서 에바다 재단의 '민주적 개편'을 요구하는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소속 학생과 장애인 등의 시위가 1개월 넘게 계속되기도 했다. 지역 내 찬반 여론이 들끌기도 했다. 에바다 복지재단의 최실자 일가 등 구 재단측 인사들로 인해 평택시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외지 학생들이 왜 평택시청 앞에 몰려와 농성을 하느냐며 '연대회의'측 학생들을 나무라는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볼 때 에바다 문제는 작년 7월 평택시청이 신임 이사진 명단을 발표한 이후 대화를 통해 해결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에바다 재단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평택시청의 중재와 노력, 구 재단측과 '연대회의'측의 수차례의 대화를 거쳐 지난 8월 7일 연대회의측인사 대폭 보강 이후 연대회의 측이 이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구성이 일단락 되었다.

이번 기물 파손 등의 사태는 일반 시민으로서는 다소 의아스러운 면도 있겠으나 사태 해결의 고비고비마다 구 재단측 인사들이 자신들에게 상황이 불리해 지면 농아원생들을 동원해 폭력과 물리력을 사용하던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임 이사진과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려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새로운 이사진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구 재단측 일부 인사들의 조종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런 폭력과 무법 사태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고, 당사자들에게도 실익이 없다. 상황 파악능력이 없는 농아들을 대리로 내세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공권력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행위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시민들은 에바다 학교와 농아원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원한다. 지금까지는 당사자들의 대화와 노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경찰의 엄정한 공권력 집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에바다 사태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불법행위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찰은 그동안 농아원 내부의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이들이 장애인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들을 자극하면 더 큰 불상사가 초래된다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불법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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