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기분 속 '경제 문화적 손익계산 정확해야' 경계 목소리도

카페리호 성공 점치기 일러…엄격한 통관규정 등 장애 많아

지난 17일 역사적인 평택-중국 영성시 용안항 간 카페리호 취항 이후 평택 지역사회에 중국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본격 교류에 앞서 대중국 교역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카페리호 취항식 이후 지역사회 기관장과 시·도의원, 각종 시민·사회단체장, 공무원, 새마을 지도자, 여성단체장 등 800여명의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4차례에 걸쳐 승선체험단 형태로 중국 영성시와 위해시 청도시 등을 방문하고 돌아왔거나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카페리 취항을 계기로 지금까지는 지역사회에 익숙하지 않던 중국관광, 대중국 투자, 보따리 무역 등도 기지개를 켤 전망이고, 그간 일반 시민들의 일상 삶과는 다소 떨어져 있던 평택항이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페리 취항을 계기로 중국은 평택과 인근 지역으로부터 관광객과 중국 투자유치 등을 기대하고 있고, 한국은 중국 위해시등 산동반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자재와 부품 등 물류를 신속히 제공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디딘 평택과 중국 영성시 용안항간 카페리호의 성공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지적과 함께 카페리 취항의 경제적·문화적 효과에 대하여 면밀하게 검토하고 대중국 교역의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불충분한 평택국제여객터미널 편의시설, 보따리상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세관통관 규정, CIQ 상주시설의 미비로 인한 불편함등 카페리호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산동반도는 관광자원이 별로 없어 관광객보다는 보따리상들이 주로 카페리를 이용할 가능성이 많은데 세관통관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면 보따리상들이 평택항을 외면해 카페리는 활성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9일 1차 방문단 입국과정에서 엄격한 세관 통관규정으로 참기름 등 중국 농산물을 사온 여행객과 보따리상들이 세관원과 마찰을 빗기도 했으며 보따리상들은 인천수준으로 통관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까지 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평택항 카페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평택시와 세관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업무협력과 문제점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택의 입장에서 볼 때 여행객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참기름, 참깨, 땅콩 등 값싼 중국 농산물이 밀려와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관광객은 오히려 한국보다 중국 쪽으로 더 몰릴 것으로 예상돼 지역경제에 카페리가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많다. 물론 대 중국 직접투자나 현지법인 설립 등을 원하는 평택지역 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카페리 취항의 직접적 결과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평택보다 중국이 더 큰 이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평택시나 관계기관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보고나 마스터플랜은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일단 카페리를 취항하시키고 보자는 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카페리 취항은 일반 시민도 큰 어려움 없이 가까운 평택항을 통해 중국을 오갈 수 있게 됨에 따라 문화적·심리적 측면에서는 중국을 제대로 알고 시민들의 항만 활성화 마인드를 높여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는 의견도 있다. 승선체험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낙후된 나라로만 알았던 중국 산동반도의 위해, 청도 등 한국의 어느 도시 못지 않은 현대화된 위용을 갖춘 대도시를 직접 눈으로 보며 큰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 인사는 산동반도의 가도가도 끝이 없는 옥수수밭과 시설하우스단지, 밀밭과 각종 채소단지를 보면서 한국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값싼 중국 농산물 재배현장을 눈으로 목격하며 한국농업의 미래를 현실감있게 걱정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선 체험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카페리 취항의 들뜬 마음을 차분히 달래고,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이제 첫발을 내딛는 평택-중국 교류가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수 기자kskim@pttimes.com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